경험: 생각해보면 외부적으로도 뭘 열심히 하긴 했는데 인상깊게 남은건 정말 개인적인 차원의 덕질/결심/행동 등등인듯.
1. <드래곤 에이지 인퀴지션>플레이
2017 개인적으로 무척이나 힘든 한해였지만(대체 언제쯤 이 말을 안 쓸 수 있을까) 드에를 만났으니 다시 태어나도 몇 번이라도 다시 살 수 있다. 여성으로 인간으로 주체적으로 살기 어려울 때 떠올릴 수 있는 서사를 찾았다는거 정말 좋고 n년만에 입덕작 찾아서 더 좋음. 바쁜 한 해 보내다 잠깐 짬 났을때 정말 무뜬금으로 잘생긴 최애 좋아하신다는 분들이 왜 못생긴 대머리 엘프에 열광하나 이유가 있을 것이다 궁금했던 과거의 나 잘했다 매우 이유가 있었다.
2. <드래곤 에이지 2>의 앤더스를 좋아하게 된 거
여러가지 비중 있는 외부적 판단이 있었던 해였고 이 판단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앞으로는 어떻게 살아야 할지 혼란스러웠는데 때마침 많은 컨텍스트가 있는 최애캐가 생겨서 스스로 많이 정리하게 됨. 덕질로도 원쿠션 거친 자기고민으로도 유익한 경험이었다.
그 밖에는 3. 블로그 개설한거 관심 있는 분야에 대해 글 쓴거(더 쓰고싶다), 4. 사람을 덜 만나고 가려서 만나고 책 많이 읽은거, 5. 절주 시작하고 잘 지키고 있는거.
독서: 정말 엄청나게 읽음 정확히 145권 어쩌다 이렇게 읽었는지 나도 모르겠다.
1. 엘레나 페렌테, <나폴리 4부작>
리디북스 할인탭에서 충동구매했는데 올해 최고의 선택이었다 가부장제와 폭력이 들끓는 나폴리 쓰레기 동네에서 태어난 두 여성이 주인공이고 그들이 8세부터 60대가 되는 사이를 그림. 그 사이에 68혁명도 일어나고 페미니즘 운동도 일어나고 정보혁명도 일어남. 구세대와 달라지고 싶었던 세대가 어떻게 폭력을 배우는지 어떻게 대응하는지 또 시간이 지나면서는 어떻게 되는지 반세기에 걸쳐 서술하고 있는… 너무나도 입체적이고 생생한 걸작이었고 너무 충격적이었다.
2. 윌리엄 셰익스피어, <오셀로>, <맥베스> <리어왕>, <햄릿>, <템페스트>, <베니스의 상인>
지금까지는 이렇게 읽었고 모든 작품들이 강렬하고 우아한 동시에 생생하게 익살맞아서 충격에 빠짐. 특히 <베니스의 상인>이 너무 좋았고 포샤와 네리사는 최고의 듀오였다.
3. 조이스 캐롤 오츠, <폭스파이어>
“아마 우리에게 영혼이야 있겠지. 하지만 그게 우리 존재가 영원히 지속된다는 의미일 이유는 없잖아? 마치 불꽃처럼, 타오르는 동안만 존재해도 정말 충분한 거야. 그렇지 않아? 설사 불꽃이 꺼지는 때가 온다고 해도.”
4. 앨리슨 백델, <펀 홈Fun Home: 가족희비극>
백델 테스트의 그 앨리슨 백델이 클로짓 게이였던 아버지와 박물관 같았던 집에서 자란 어린시절에 대해 얘기하는 책. 뮤지컬을 감명깊게 보았는데 책도 너무 좋았다.
백델의 경험과 경험에 대해 스스로 느꼈던 감정에 대해 어떻게 이렇게까지 파고들고 묘사하려고 노력할 수 있었을까 작품을 만들었을 작가의 관점에서 생각하게 돼서 더 오래 여운이 남았고 어떻게 이렇게 놀라운 결과물로 완성할 수 있었을까 감탄했다.
5. 한나 아렌트, <인간의 조건>
존잘님께서 앞으로 정진할 길을 보여주셨음 ... 정말 앞으로 내가 하고싶었던 고민에 대한 천재의 결과물을 보는 듯 했고 앞으로 몇 년은 아렌트와 관련 레퍼런스를 뒤지며 보내게 될 듯 하다(그랬으면 좋겠다).
영화: 작년에 너무 봐서 올해는 좀 덜 많이 봤는데 그래도 100편은 넘겼다.
1. <문라이트>
이 영화의 모든걸 완벽하게 사랑함
2. <스타워즈: 라스트 제다이>
스타워즈로 이런 게 나오리라곤 정말 상상도 못했고 앞으로의 시퀼 진행을 진지하게 기대하도록 만들었다는 점에서 넘나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함. 사족처럼 나온 시퀼을 진검승부로 만든데다 스승을 뛰어넘는 제자의 포지셔닝까지 완벽했다고 생각한다.
3. <파리아>
첫사랑 첫섹스 첫커밍아웃 첫독립하는 이야기. 주인공이 경찰 아버지와 독실한 기독교인 엄마 밑에서 자란 흑인 레즈비언인 만큼 여러 망테크도 타고 끔찍한 일도 많이 겪는데 표현이 정말 냉정하리만큼 차갑고 날 것 그대로고 너무 강렬해서 지금까지 내가 봐왔던 '성장영화'의 연장선상에 둘 수 없을 것 같았다. 소수자성이 강할수록 훨씬 뛰어나고 강하게 자신을 지킬 수 있어야 쇼잉도 할 수 있는거라고 실감했음.
4. <안생과 칠월>/<안녕, 나의 소울메이트>
사랑 욕망 소유욕 애정 인생경로 등등 다양한 층위로 해석될 수 있는 이야기가 하나의 플롯 하나의 관계로 엮여있는거 너무 좋았다. 작품 자체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영감을 주는 이야기였다고 생각함.
5. <컨택트Arrival>
플롯도 매력적이지만 편집과 연출이 정말 영화매체를 사랑할수밖에 없게 만들어버렸다. 영화화하기 까다로운 이야기인데도 영화만이 표현할 수 있는 방식으로 주제를 극도로 살려버림. 본지 한참 됐는데도 종종 이야기와 연출을 같이 떠올리면서 전율한다. "This is non-zero sum game."
6. <제인 오스틴 북 클럽>
도저히 뺄 수 없었다 오스틴과 이 영화를 사랑하는 마음을 참을 수 없음. 좆됨 회복용 목록에 오래간만에 추가한 작품.
회고: 이루는 건 없을지 몰라도 소비만은 열심히 하자 다짐했는데 정말 소비(만) 많이 했던 한 해로 남았다. 그런 의미에서 2018년은 성과를 거두는 해가 됐으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