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소개 (https://tumblbug.com/queernote편집)
저자 구묘진(邱妙津, Qiu Miaojin)은 타이완의 전설적인 천재 소설가다. 그가 대담하게 써 내려간 논바이너리 레즈비언 감수성의 문장은 아시안 퀴어 문학과 타이완 동성결혼 법제화에 큰 영향을 끼쳤다. '악어 노트'는 대만의 동성결혼 합법화 투쟁을 촉발시킨 소설로 평가받는다. 실제 대만은 올해 5월 아시아 최초로 동성끼리의 결혼을 허용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구묘진은 1969년 타이완 서쪽 작은 마을인 창화현彰化縣에서 태어났다. 타이베이시의 제일여자고급중학을 졸업하고 국립타이완대학에서 심리학을 전공했다. 그의 천재적인 재능은 일찍부터 발휘되어 대학 시절에 이미 소설 『죄수囚徒』로 중앙일보 단편소설문학상을 받았으며, 『고독한 대중寂寞的群』으로 연합문학 중편소설 신인상을 수상했다.
대학 졸업 후에는 상담가로 일했으며, 주간지 기자로도 활동했다. 스물다섯 살이었던 1994년에 프랑스로 이주해 파리 제8대학에서 임상 심리학 대학원 과정을 밟았으며, 엘렌 식수를 스승으로 삼고 여성학과 철학 등을 공부했다. 첫 번째 소설 『악어 노트』로 큰 주목을 받았으나, 이듬해인 1995년 6월에 두 번째 소설 『몽마르트르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죽음을 선택했다.
사후 악어 노트 출간 익년, 타이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상인 중국시보 문학상을 받았다. 구묘진의 마지막 글쓰기는 테오 앙겔로풀로스,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 감독의 철학과 시와 현실을 접목한 작가주의 영화들에 큰 영향을 받았다. 파리에 머무는 동안 구묘진은 단편 영화 「유령 카니발鬼的狂歡」을 연출하기도 했다. 감독으로서 그가 만든 작품들은 현재 뉴욕 현대미술관MoMA에 보관되어 있다.
'라즈’, 대학과 미디어-사회 (https://newsis.com/view/?id=NISX20190610_0000675791&cID=10701&pID=10700편집)
한편 구묘진은 막 독재에서 벗어나 민주화된(1996년 첫 총통 직선제에는 구묘진이 졸업한 국립타이완대의 학생시위가 큰 역할을 했다) 대만의 정치적 상황에서 국가 압력, 미디어 독재를 민감하게 느끼기 시작한 첫 세대이며, 이에 맞서고 지성의 자유를 꿈꾸기 시작한 젊은이이기도 하다. 그가 유학길을 떠나 스승이자 멘토로 삼은 엘런 식수 역시 국가의 좌파 연구비 삭감에 저항하여 전지구적 지식인 연대를 촉구한 인물이기도 하다. 이 세대의 학생들은 대학을 배경으로 성적, 젠더적, 성애적 시대의 급변을 체험했다. 소설 주인공의 별명인 '라즈'는 '레즈비언'이라는 뜻의 중국어 은어의 기원이 될 정도로 중국어 문화권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대학이란 지나치게 부풀어 오른 마술 주머니 같은 것. 대학생은 그 주머니 안에 어떤 것을 넣어도 괜찮다고 허락받은 특별 계층이다. 입시에 합격하면 그들은 속이 빈 주머니를 하나씩 발급받는다. 기성 사회인들은 그에게 잠시 윙크를 보내면서 사 년 동안 이 주머니에 무엇이든 넣어도 된다고 허락해 준다. 그가 학생증만 잘 소지하고 있다면 말이다.” (본문발췌)
한편 90년대 대중적으로 보급된 매스미디어-TV는 양면적인 역할을 했다. 한편으로는 퀴어의 존재를 대중에게 알리는 역할을 했지만, 관음증적인 관심은 퀴어들을 강제로 카메라 앞으로 끌어내어, 그들을 끊임없이 ‘자신을 설명해야 하는 상태’에 몰아넣는다. 1994년 대만의 방송사 기자가 손님으로 위장 취재하여 레즈비언 바의 손님들을 동의 없이 비밀리에 촬영 보도한 사건 등으로 레즈비언에 대한 언론의 관심이 커졌다. 당시 레즈비언 커플인 두 명문 사립학교 여학생이 동반 자살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이 학교는 소설 속 인물들이 다닌 학교였을뿐 아니라 구묘진이 졸업한 모교다. 구묘진은 다른 젠더와의 섹슈얼리티를 문제시하는 보도를 앞다퉈 하는 폭력적인 사회상을 배경으로 혐오에 대항하는 이야기를 써내려갔다. 알에서 부화할 때 물의 온도에 따라 성별이 바뀌는 악어의 특성을 성소수자의 정체성 및 논바이너리의 특성에 빗대어 차별적인 혼인법과 사회관습 등을 문제삼았다.
2017 영문번역, 뉴욕 리뷰 오브 북스 / 2019 다큐멘터리
<악어노트>의 영문 번역본은 2017년 뉴욕 리뷰 오브 북스 고전 시리즈에 포함해 출간되었다. 이 시리즈에는 근현대 중국어로 쓰인 작품 중 4권만이 포함되어있어 <악어노트>의 문학적 시의성이 높게 평가받는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또 2019년에는 홍콩 출신 감독 에반스 찬에 의해 구묘진의 다큐멘터리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찬은 인터뷰에서 대만은 민주화에 의해 동성혼이 합법화될 정도로 평등권이 진일보했지만, 홍콩의 경우 문화 자체는 오픈 게이 연예인들이 자유롭게 활동할 정도로 개방적이지만 중국 정부의 영향력 아래 있기 때문에 동성혼이 허용받을 가능성이 낮고 따라서 평등권 측면에는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을 지적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