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드래곤의 She's electric 표절 의혹 이래로 노엘 갤러거는 언제나 나의 최애 멘토였다. 시작은 상단 짤이었다. 당시 지드래곤이 뭘 표절하든 오아시스는 신경도 쓰지 않을 거라는 의미에서 팬들이 저 짤을 퍼트렸다. 당시 중2병과 입시 스트레스 사춘기에 압사 직전이었던 나는 최선을 다해 동ㅂ신기를 덕질하고 있을 정도로 절박했고(이후 내 덕질 역사에서 K돌은 잊혀진다) 브릿록 본좌라는 이들의 쿨함에 즉각 끌려 인터뷰를 찾아보기 시작한다. 게다가 알고 보니 노래도 좋았다! (여기에는 슬픈 역사가 있는데 한참 전 내가 처음 오아시스를 접했을 당시엔 이들이 Hidden Chemistry를 낸 직후였고 CD를 듣고 너무 구리다고 판단했던 나는 오아시스라는 이름을 내 음악 라이브러리에서 지웠던 것이었다.........)
어쨌든 이들의 인터뷰를 찾아보며 이제 막 덕질을 시작하자 또 갑자기 오아시스가 해체했고 ??대체 무슨 일이길래 이렇게 난리를 치면서 헤어지는가?? 라고 생각한 나는 인터뷰를 더 찾아보며 더욱더 깊은 덕질의 세계로 들어간다. 그리고 이 쿨한 노엘 갤러거가 어렸을 때 알코올 중독자 아버지의 상습 폭력에 시달리다 삼 형제와 엄마가 탈출한 경험이 있으며, 그렇게 동네 양아치로 크면서도 <Live Forever>나 <Wonderwall> 같은, 내가 감정적으로 기댈 수 있었던 아름다운 곡들을 만들어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2004년 인터뷰에서 노엘은 <Live Forever>가 폭력적인 아버지에게서 아이들을 지키고자 도망쳤던, 그의 어머니 페기에게 바치는 노래라고 밝혔다. 노엘이 태어난, 가톨릭 규율이 지배하던 1960년대 아일랜드 이민자 사회에서 이혼은 "선택지조차 아니었고", 거친 맨체스터의 노동자 사회에서 이혼도 못한 채 홀몸으로 세 형제를 키우기 위한 결심을 하기는 정말 어려운 일이었다고. 하지만 페기는 해냈고, 악명높은 맨체스터의 밑바닥 사회에서도 노엘은 마약과 술과 담배와 록큰롤 등등 좋은 것에 대해 노래하려는 사람으로 자란다.
"그때 나는 그 노래를(<Live Forever>) 쓰레기장에서 썼어. 그리고 너바나의 <I Hate myself and I want to die>의 튠을 떠올렸고... '씨발 난 이딴 거 안 할 거야'라고 생각했어. 내가 커트 코베인을 존나 좋아하는 만큼, 그 노래가 존나 싫었어. 미친 헤로인에 취해서 존나 자기가 싫고 죽고 싶다고 하는 사람들... 그런 거 난 견딜 수 없어. 존나 쓰레기야. 애들은 그딴 거 들을 필요 없다고. 그렇다고 내가 거기 반발해서 곡을 썼다는 건 아니고, 그냥 내 생각이 그렇단 말이야.
커트 코베인은, 내 생각에 모든 걸 가진 사람이었는데도 비참해 보였어. 우리는 전부 다 좆같았는데, 그래도 아침에 일어나면 씨발 세상에서 제일 좋은 일이 방금 일어났다 싶었거든. 그날 밤에는 어디로 가게 될 지 모르는 일이니까 말이야. 우리는 존나 오줌쌀 요강도 없었는데, 그래도 존나 좋았다고."
막말로 유명한 록스타 노엘 갤러거의 쿨함은 과거에서 거리를 두고자 하는 그의 태도에서 나왔다. 물론 그가 완벽하게 성공한 것 같지는 않다. 1994년 오아시스가 한창일 때 황색언론 기자들이 노엘과 라임의 친부를 예고 없이 데려오는 사건이 있었고, 노엘은 평소 그가 하던 대로 난동을 피우는 대신 호텔 방문을 걸어 잠근 채 어떤 응답도 하지 않았다(그의 상태가 끔찍했다는 인터뷰를 어디서 봤었는데 출처를 찾을 수 없다). 파킨슨 쇼 인터뷰에서도 "자면서도 때릴까 무서워했다고요"라는 질문에 입술을 깨무는 모습은 그의 긍정적인 태도가 지향에 가까우리라 짐작할 수 있게 해준다(노엘의 마이페이스가 무너지는 인터뷰는 정말 드문데 노엘은 이 인터뷰에서 아주 잠깐이지만 센티멘탈한 모습을 노출한다). 하지만 노엘은 곧이어 다른 것들에 대해 말한다.
아! 그리고 n년전 이 짤을 만들 때는 몰랐지만 이 앞부분에도 중요한 내용이 있다.
"어릴 때를 생각해보면 동네 애들이나 같이 놀던 친구들을 봐도 저의 어린 시절은 남들과 별다를 바가 없었어요. 근데 80년대에 와서 친구들 아빠나 주변 사람들이 실업수당 받는 걸 보면서 ‘아빠도 직업도 없는 마당에 내가 뭘 하겠어’라는 생각이 들었죠. 그래서 좌절감도 들고 희망도 없었지만 그런 얘길 노래로 쓰진 않았어요. 제 노래는 언제나 긍정적이에요. 인생은 언제나 재밌어지거든요. 이상한 소리일지도 모르는데 매일 아침 일어나서 드는 생각은 ‘오늘 좋은 일이 생길지도 몰라!’ 이런거였지 부정적인 생각은 없었거든요."
노엘은 부정적인 생각을 '노래로 쓰지 않았다'. 이 부분이야말로 밴드의 성공에 초연하면서도, 팬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노엘의 양면을 설명할 수 있지 않을까? 구체적으로 두 부분으로 나누자면, 1. 자신이 원하는 긍정적인 부분을 자기 것으로 만들기로 2. 선택했다고 할 수 있겠다. 그리고 이 두 가지 부분은 에이미 폴러가 <예스 플리즈>에서 묘사하는 프로페셔널리즘 ("일이 잘 안될 때 한탄하면서도 전혀 신경 쓰지 않는 척하면서, 내 작품이 몇 달이고 몇 년이고 노력해서 만든 게 아니라 굉장히 자연스럽게 내 능력의 일부분에서 뿜어져 나온 척한다")과 제인 오스틴이 <설득>에서 스미스 부인의 성격을 설명할 때 사용하는 용어인 회복력 ("위로를 받아들이는 태도", "나쁜 것 대신 좋은 걸 생각하는 힘", "안에서 자신을 밖으로 끄집어 내는 일을 찾는 힘")과 같다.
이 두 가지 특질은 지금 내 지향의 핵심이기도 하다. 아주 오래전 나는 내가 견딜 수 없이 싫었던 이모키드였다. 지금이야 10대가 뭐 그렇지 생각할 수 있는 나이가 되었지만, 영원히 살고싶다는 노엘 갤러거의 말을 떠올릴 수 있게 되었을 때 그 기분은 아직도 잊을 수 없다. 처음에는 그냥 믿어보자 싶었지만, 시간이 지나자 무슨 말인지 알 것 같은 순간들도 있었고 정말로 삶이 조금 덜 힘들어졌다는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 그리고 에이미 폴러와 제인 오스틴, 그 외 많은 영상물과 책을 읽고 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끊임없이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언어를 찾아내고, 지향하고 싶은 특질들을 점점 더 명확히 그려내는 일들은 그 자체로 너무나 신나는 일이다. 여전히 나는 그 이모키드랑 대면하며 살고있고, 어쩌면 나는 내가 되고 싶었던 그 어떤 것도 될 수 없을지 모르지만, 어쨌든 우리는 그들이 볼 수 없는 것들을 보고, 영원히 살 거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 모든 건 존나 멋진 일이다.
마지막으로 내가 사랑하는 쿨한 노엘 갤러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