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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이한 것과 으스스한 것The Weird and the Eerie> (2020)
기이한 것과 으스스한 것은 둘 다 통상적 이해를 뛰어넘는 외부세계에 대한 매료로 거칠게 요약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매혹은 대게 어떤 불안이나 어쩌면 두려움까지 아우르지만, 기이한 것과 으스스한 것이 반드시 무서운 것이라고 할 수는 없다." 둘은 비슷하면서도 다른데, 기이한 것은 불규칙한 배열, 형언할 수 없음, 우리가 가지고 있는 기존 개념으로 포섭할 수 없는 낯선 것 등으로 외부 세계와 난데없이 연결되고 시간이 무한 순환하는 등의, (제가 처음에 이해하기로는) 미스터리 개념과 비슷한 것 같았습니다. 설명을 요구하지만 적절한 설명이나 답을 찾을 수 없는 문제 같은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으스스한 것이 미스터리라는 것이 밝혀집니다. 으스스한 것은 부재의 오류와 존재의 오류ㅡ즉 부적절함, 있어야 할..

드래곤 에이지 인퀴지션 추천 모드 모음
Dragon Age: Inquisition Mod 우주 최고의 갓겜 드래곤 에이지: 인퀴지션이 한글 패치와 함께 돌아왔다. 감사해요 팀 왈도. 주변인에게 전도할 겸 내 편의를 위한 모드 추천글이다. nn년동안 50시간 이상 진행한 게임이 없고 2회차 플레이도 해본 적 없던 사람이 n회차를 뛰게 만든 게임이 있다? 전 세계 사람들이여 제발 인퀴지션을 해주세요... 아래 더보기는 분할압축파일이다. 모든 추천 모드를 포함하고 있다. 하나하나 링크를 통해 깔아도 된다. 본편 호환성 문제는 없으나 DLC 한글 자원이 되지 않는 문제가 있다. 혹시 어느 모드가 문제인지 아시는 분은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더보기 내 기준 하콘의 턱 한글화가 되든 말든 게임 진행을 위해서라면 무족권 깔아야 하는 모드들이다. 나는..

가장 로맨틱했던 SF소설, <크로스토크>
* "자기소개", "가장 좋아하는"의 키워드로 SF&오컬트 스터디에 기고한 글입니다 「나도 우연히 발견했어. 내 머릿속 목소리의 원인이 뭔지 알아내려고 여기로 조사를 하러 왔었거든.」 C.B.가 브리디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흔히 책이 피난처가 될 수 있다고들 하잖아. 확실히 맞는 말이야.」 ‘피난’은 적절한 표현이었다. 브리디는 극장에서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한 이래로 공포에 질려 쿵쾅대던 심장이 처음으로 차분하게 가라앉았다. 「그래서 널 여기로 데리고 온 거야.」 C.B.가 말했다. 「우리가 네 방어벽을 세우는 동안 책을 읽는 사람들이 목소리들을 차단해줄 거야.」 「책을 읽는 사람들이 방어벽이라며?」 「방어벽 중에 하나지. 다행히 거의 아무 때나 이용할 수 있는 방어벽이야. 낮이든 밤이든 사람들이..

<크레이지 엑스 걸프랜드>와 단수형singular 나
느릿느릿 보고 있던 에 가속도가 붙었다. 스크린샷은 시즌 2 4화. 으 누가 자기 자신이 되고 싶어 해요? =어쩌다보니 거의 공백기 없이 연애를 하다가 또 어쩌다보니 4년째 자의반 타의반 솔로...인 내가 연애에 대해 생각하는 모든 것. 과거를 회상할때 타임라인이 헷갈리면 감정선을 추적해서 누구누구 만나던 시기로 기억하면 색인처럼 쉽게 느껴지곤 한다. 그래서 연애라는 건, 식생활처럼 성생활이라고 하는 이유는 원래 연속적인 형태가 기본이구나, 라고 생각하게 되는데 그래서 정의도 서사도 색인도 없는 내 지금 일상이 굉장히 밋밋하게 느껴짐. 이건 어디서 명확하게 드러나냐 하면, 지금 이 밋밋한 시간이 연애 해온 기간만큼 긴데도 회상할 때 시간의 흐름이 느껴지지 않는다. 물론 공백기가 길어졌고 생활이 단조로워서..

<프로메테우스>: 종교적 의례, SF의 혼돈-재창조 내러티브
(2012.4. 레포트로 제출.) 1. 서론 지구 문명이 외계인, 공룡, AI 등 타자와의 접촉으로 파멸하는 숱하게 있었고 또 제작되며 대중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 우리가 현재 과학과 합리주의의 세계에서 살고 있고, 영화 제작 산업은 그 첨단 기술이 빠르게 유입되는 분야 중 하나라는 것을 생각해 보면 이 가상의 혼돈-재창조 내러티브는 인위적으로 사회를 혼돈 상태로 끌고 갔던 종교적 의례와 유사한 모습을 보인다. 과학의 발전으로 상징되는 직선적 시간관이 픽션에서나마 전복되고 이전과는 다른 모습으로 복구되는 이러한 이야기가 반복해서 제작되고 대중들을 끌어모으는 현실은 그 자체로 의미심장하다. 이러한 SF영화 중 가장 최근의 예를 들자면 리들리 스콧의 영화 가 있다. ‘기술적 진보’를 상징하는 라는 이름은 여..

<데칼로그>: 계율의 목적=인지
(2012.7월) ① 야훼 이외의 다른 신을 섬기지 말라. ② 우상을 섬기지 말라. ③ 하느님의 이름을 망녕되이 부르지 말라. ④ 안식일을 거룩히 지키라. ⑤ 너희 부모를 공경하라. ⑥ 살인하지 말라. ⑦ 간음하지 말라. ⑧ 도둑질하지 말라. ⑨ 이웃에게 불리한 거짓증언을 하지 말라. ⑩ 네 이웃의 재물을 탐내지 말라. 십계명의 교리는 명확하고 의심의 여지가 없다. 모든 금기와 마찬가지로 십계명 역시 인간을 ‘제한’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이런 제한이 만들어진 이유는 그 당시 인간을 ‘제한할 필요가 있었다’는 뜻이고, 여기서 반대로 유추하자면 인간들이 그런 모습을 하고 있었다는 뜻이 된다. 다시말해 구약성서의 시대는 야훼 이외의 다른 신들이 난립했고, 우상을 숭배했으며, 하느님의 이름을 망녕되이 부르는 시..

(대략 10년 전) 가장 좋아하는 영화
(2010년에 씀. 아직 두 영화 좋아하고 가끔 본다. 취향은 변하지만 좋아하는 작품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좋아하는 영화를 꼽기는 쉽지만, “가장” 좋아하는 영화를 꼽자면 참 힘들다. 어쨌든 두 편이 떠오르기는 하지만 사실 인생을 바꿔놓은 것도 아니고, 딱히 교훈을 준 것도 아니라 ‘인생의 영화’라는 거창한 타이틀에 어울리는 작품들인지는 잘 모르겠다. 어쨌든 영화 두 편. 과 이 두 영화의 공통점은 일단 ‘한심하다’는 거다. 의 주인공 조엘은 여자친구에게 차인 뒤 홧김에 기억을 지우러 간 일관성 없는 찌질이고, 의 주인공 레이 역시 죄책감에 괴로워하면서도 여자나 헌팅하러 다니는, 마찬가지로 나약하고 일관성 없는 찌질이다. 이 두 주인공들은 영화 내내 멍청한 짓을 하고, 영화는 이 둘을 따라 빙글빙글 ..

우리를 울게 하는 것들
(2011.11.30.) 의 주인공 로이는 가진 걸 다 잃은 삼류 스턴트맨입니다. 촬영 중 큰 사고를 당해서 하반신이 나갔는데, 연인은 그때 다른 남자와 입맞춤을 나누고 있었어요. 한순간에 반신불수, 마약중독자, 알콜중독자가 돼버린 그는 죽을 계획을 세웁니다. 그 계획이란 호기심 많은 소녀 알렉산드리아가 껌뻑 죽을 만큼 재미난 이야기를 들려주고는, “더 듣고 싶으면 ‘모르핀’이라고 쓰여 있는 약병을 가져오라”고 꼬드기는 것이었습니다, 이야기에 흠뻑 빠진 알렉산드리아는 그의 의도대로 움직입니다. 하지만 훔쳐온 약은 가짜였고 절망감에 몸부림치는 로이를 위해 다시 약을 훔치려던 알렉산드리아는 발을 헛디뎌 크게 다치고 맙니다. 죽다 살아난 알렉산드리아가 이야기를 마저 해달라고 부탁하자, 로이는 등장인물들을 모두..

<문라이트>: 개인의 탄생, 관계와 세계
(2017.4.7.) 성장영화라는 장르, 소수자로서의 정체성 의 주 소재는 흑인(블랙) 사회적 약자인 성소수자(리틀)이다. 또한 1부의 소제목 ‘리틀’은 작은 아이였던 샤이런이 성장하는 성장영화임을 암시한다. 리틀, 샤이런, 블랙 소년부터 성인까지의 긴 시간을 다루고 있는 의 캐릭터들은 독특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의 가장 큰 특징은 주인공의 다른 세 인생시기를 다루고 있고 이에 따라 세 사람의 다른 배우가 세 개의 다른 이름을 갖고있는 한 명의 주인공을 연기한다는 점이다. 3개로 분절된 서사는 각각 3막구조의 발단-전개, 위기-결말을 담당하면서 각 부에서도 독립된 기승전결의 전개를 보인다. 즉 한 인물의 연속적인 성장기인 동시에 따로따로의 완전한 이야기이기도 하다는 이야기다. 이런 이야기의 분절과 연속..